구두를 벗다-어른의시간 시인선03

구두를 벗다-어른의시간 시인선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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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소개

 

시니어 출판 전문 브랜드 ‘어른의시간’이 선보이는 세 번째 시인선이자 전병석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 『그때는 당신이 계셨고 지금은 내가 있습니다』가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헌사를 담아냈다면, 두 번째 시집 『구두를 벗다』는 혈연을 넘어 이웃과 세상에 대한 사랑의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병석 시인은 일상 안에 있지만 주목받지 못한 존재들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시에 담아낸다. 오래된 동네병원을 지키는 나이 든 의사와 간호사, 소박한 가격으로 정직한 식사를 내어주는 식당의 모녀, 학교에서 청소하는 김 씨와 이 씨 등 조명받지 못한 경계의 사람들, 소외된 이들에게 고개를 돌려 한 사람 한 사람 다정하게 호명한다.

더불어 강물을 품는 바다, 스스로를 위해 노래하는 새, 봄이 오면 다시 꽃이 피고 잎이 나고 새가 찾아온다는 것을 아는 나무 이야기를 통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헛되지 않게 쓰는 법과 스스로 온전하게 존재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이렇듯 『구두를 벗다』에는 오래 발효된 음식 같은 언어로 빚어낸 성찰과 명상이 가득하다.

 

  1. 출판사 서평

 

관조, 달관, 깨달음, 혜안 이러한 거창한 말을 빌리지 않지만, 오래 발효된 음식처럼 그의 언어 안에는 성찰과 명상이 가득하다. 강경희 문학평론가

 

인생이라는 시간을 통과하면서 배운 것,

일상을 떠받치는 인간다움과 사랑의 가치

 

수백 편 시와 같은 인생을 살아온 시니어 세대 작가의 작품 중 어른의시간이 엄선하여 출간하는 시인선 세 번째 작품집이다. 시인의 첫 시집을 사모곡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이번 시집은 혈연을 넘어 타인과 자연, 사물과 신으로까지 그 사랑의 대상을 확장하고 있다.

강경희 문학평론가는 『구두를 벗다』가 경쟁과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추구해야 할 ‘인간다움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 출구와 방향을 제시하는 시집이라고 말한다. 자기애와 이기주의가 극단으로 치닫는 시대에 가족과 공동체, 타인과 사회, ‘서로’와 ‘함께’라는 말은 과거의 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은 아직도 이러한 인간다움과 사랑의 가치가 곳곳에 건재하며, 우리의 일상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동구 밖을 지키는

느티나무 같은

조준찬 내과에는

오래된 간호사 선생님이 있다

더 오래된 원장님이 있다

진찰이 끝나면

“엉터리로 살래”

주사가 따끔하다 —「조춘찬 내과」 부분

 

“오래된 간호사”와 “더 오래된 원장님”이 있는 “조준찬 내과”는 딱딱한 진료와 처방을 반복하는 삭막한 병원이 아니라 환자의 삶까지 치료한다. 수익보다 사람이 우선이고, 위로가 치유의 근본임을 알게 하는 곳이다. “식탁 의자는 삐뚤어도 / 간판은 주인처럼 반듯”한 진미식당의 모녀는 힘겹게 생활을 꾸려 가지만 욕심내지 않고 소박한 가격으로 정직한 식사를 내어주고(「진미식당」), 청소 반장 홍 씨가 사 온 국화차를 함께 끓여 마시는 순간은 김영란법 때문에 받기를 주저한 마음마저 무색하게 한다(「김영란법」). 이처럼 따뜻한 이웃들의 풍경은 “동구 밖을 지키는 / 느티나무”처럼 든든한 삶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 준다.

 

유한한 존재가 치러야 할 생의 대가,

자연이 가르쳐 준 삶의 질서

 

꽃이 지는데 / 슬퍼하지 않는 나무가 있을까 / 잎이 떨어지는데 / 눈물 흘리지 않는 나무가 있을까 / 새가 떠나는데 / 외롭지 않은 나무가 있을까 / 나무는 분명히 알고 있지 / 봄이 돌아오면 / 다시 꽃이 피고 / 다시 잎이 나고 / 다시 새가 찾아온다는 것을 — 「그런 나무는 없다」 부분

 

또한 시인은 자연의 질서를 통해 유한한 존재들이 치러야 할 삶의 순리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넓은 품으로 강물을 키우는 바다(「바다 같은 사람」), 스스로를 위해 노래하는 새(「나무와 새」), 봄이 돌아오면 다시 꽃이 피고 잎이 나고 새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무의 이야기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도 시간의 숙명에 대적하지도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지 않게 쓰는 법과 스스로 온전하게 존재하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그리하여 시인은 “있는 힘 다해 까치발을 하여도 / 넘어가는 해를 막을 수 없”듯이 “자라 나오는 흰 털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세상일” 역시 “어머니가 마실 오가듯 / 그냥 오고 가게”(「순리대로」) 하면 된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녹록지 않은 세상을 버티게 하는 힘,

모두함께의 정신을 이야기하다

 

그대를 상상한다

세상은 녹록지 않아

큰물에 휩쓸려 운명처럼

떠내려가는 날이 오더라도

그대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두 다리 종종 걷고

그대를 건네는 기쁨으로

등허리 깊숙이 숙인다 — 「징검다리」 부분

 

또한 시인은 보이지 않는 수고와 헌신이 지금의 나와 우리를 있게 했고, 시대와 사회를 이끌었다고 담담히 전해준다. “쉰밥 같은 세월” “찬물”(「쉰밥」) 같은 시린 시간을 살았지만, “그때가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함께 이야기할 사람” “위해서 살아야 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기가 맥히지」). 자신의 “등허리 깊숙이 숙”여 타인을 “건네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징검다리”나, “언제나 내 편이던 당신”(「어버이날」), “도토리만” 한 “나”를 위해 깔창 낀 “구두를 벗”어 눈높이를 맞춰주는 방 선생(「구두를 벗다」) 등은 모두 녹록지 않은 세상을 버티게 하는 힘이다.

“그런 시절, 그런 사람이 그립다”(「시인의 말」)고 말하는 시인은 자기애와 이기주의가 극단을 치닫는 시대에 가족과 공동체, 타인과 사회, 자연과 신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잊고 살았던 ‘모두’와 ‘함께’의 정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1. 저자 소개

전병석: 1961년 경상북도 영천군 금호읍에서 태어났다. 대륜고등학교,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다.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를 시작으로 경북대사대부설고등학교, 대구고등학교 등에서 21년 동안 국어 선생을 하였다. 현재 상해한국학교에서 교학상장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첫 시집으로 『그때는 당신이 계셨고 지금은 내가 있습니다』가 있다.

 

  1. 차례

 

시인의 말

1부 버스를 기다리다

조준찬 내과|징검다리|무한 상상|밀어내기 중|진미식당|훈수꾼|김광석 거리|버스를 기다리다|치통|풍경 소실|응급실에서|총량 불변|한 선생 어머니의 부음 소식|마지막 꽃|벚꽃 배경|무이구곡|계화|요구르트를 빨다가|고양이 쥐 생각|20년 간호하던 아내의 목을 조른 70대 노인의 사연|맹인 거지 부부|돌|넝쿨 장미|금|무한 꿈|바다 같은 사람|노선 투쟁|김영란법|메리 크리스마스|눈이 내린다

 

2부 구두를 벗다

감잎차|구두를 벗다|듣고 싶어요|향장목 가로수 길|석굴암 가는 길|수수꽃다리|비는 내리는데|가을비|어려운 질문|궁금하다|산을 오르며|무제|황국도 아프다|바람 품은 풍경|유도화|석류꽃|나무와 꽃|나무와 새|걱정|그런 나무는 없다|사과나무|비를 기다리다|순리대로|환상|시시포스|멋대로 읽기|무소의 뿔처럼|가을 벚나무 아래|동그라미|진실은 무엇인가|짝사랑

 

3부 하나님도 외롭다

당신에게│아내를 위하여│남은 희망│가난한 사람│곰탕│크리스마스트리│바보│불량 식품│집으로 돌아오는 길│가장 먼 곳│아직│외로움│방풍│여생│어버이날│그 꽃│개벽│배수의 진│막내 외삼촌│가족의 진화│요양병원│쉰밥│기가 맥히지│등신│학교 가는 길│식물실습장에서│가을 은행 같은│아이들은│행복반│희망 사항

 

해설

  1. 시인의 말

그런 시절, 그런 사람이 있었다. 땡볕에 걸어도 즐겁고 그늘에 걸어도 즐거웠다. 소나기에 젖어도 즐겁고 폭설에 갇혀도 즐거웠다. 그런 시절, 그런 사람이 있었다. 꽃을 꺾어도 즐겁고 꽃으로 맞아도 즐거웠다. 혼자여도 즐겁고 여럿이어서 더 즐거웠다. 그런 시절, 그런 사람이 있었다. 책을 잡혀 술을 먹어 즐겁고 TV를 팔아 책을 사서 즐거웠다. 사상이 있어 즐겁고 사상이 없어 즐거웠다. 그런 시절, 그런 사람이 그립다.

-「시인의 말」 중에서

 

  1. 추천의 글

관조, 달관, 깨달음, 혜안 이러한 거창한 말을 빌리지 않지만, 오래 발효된 음식처럼 그의 언어 안에는 성찰과 명상이 가득하다. 어머니와 아내, 친구와 이웃, 꽃과 새, 바람과 하늘은 인생의 교과서며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시인은 인간과 자연, 신이 알려 준 삶의 계시를 온몸과 마음으로 풀어낸다. 자기애와 이기주의가 극단으로 치닫는 시대에 시인은 가족과 공동체, 타인과 사회, 자연과 신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아, 이 낙낙하고 헐거운 사랑이 어찌 과거의 유물일까. 그것은 여전히 다음을 생각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고운 마음일 것이다.

— 강경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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