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인간의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가장 타자화된 존재, 비인간동물. 어떻게 하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타자화된 모든 존재의 완전성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다섯 명의 SF 작가들이 SF적 상상력을 통해 착취와 수탈 없이 다른 종과 공존하는 세계의 가능성을 탐험한다. 개, 금붕어, 곰, 공룡 등 다양한 비인간동물이 등장하는 다섯 개의 이야기는 의미와 감동은 물론 재미까지 선사한다.
- 출판사 서평
인간의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가장 타자화된 존재, 비인간동물
착취와 수탈 없이 그들과 공존하는 세상을 탐구하다
인간과 동물, 심지어 기계까지 융합하고 발전해 나가는 시대가 현실이 되었다. 다양한 생물종이 공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중심주의는 함께 역사를 만들어온 비인간 생명들에게 가혹했고 폭력적이었다. 그것은 비단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어떤 것들(여성, 인종, 기계 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버츄얼 휴먼, 사이보그, 트랜스 휴먼 등 새로운 종의 탄생을 말하기에 앞서, 인간의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가장 타자화된 존재 비인간동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을 한 권에 모았다.
이제껏 인간이 생명을 다루어왔던 방식은 멸종, 학살, 나아가 팬데믹까지 일으키며, 다시 인류에 위협이 되었다. 죽여야 하는 생명, 죽어도 되는 생명, 죽이지 않아야 하는 생명은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인간은 서로 다른 존재들과 지배/피지배라는 이분법적이고 폭력적인 구분 없이 공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타자화된 모든 존재의 완전성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다섯 명의 SF 작가들이 다양한 SF적 상상력을 통해 착취와 수탈 없이 다른 종과 공존하는 세계의 가능성을 탐험한다.
비인간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그려낸,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웃기지만 먹먹한, 다섯 가지 이야기
- ♣ 누나와 보낸 여름 – 박문영
모래바람과 갖은 재해로 폐허가 된 마을에 남은 사람들과 개들의 이야기. 아버지와 떨어져 큰어머니 집에 얹혀살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주인공과 산불 속에서 살아남은 개 누나는 서로 의지하며 지난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그들에게 예기치 못한 위기가 찾아오는데…. 먹먹하고 처연한 정서가 마음 깊은 곳을 울린다.
- ♣ 당신 곁의 파피용 – 이신주
어항 속에서 금붕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계. 여기 사방이 투명한 감옥 속에서 탈출을 꿈꾸는 존재가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눈동자, 도구로 쓸 만한 것 하나 없는 상황에서, 금붕어는 미지의 바깥을 끊임없이 갈망하며 탈출 방법을 찾기 위해 온갖 궁리를 펼친다. 그 속에 담긴 철학적 사유와 금붕어와 인간의 동상이몽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과연 금붕어는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 ♣ 나초나초와 나 홀로 숨바꼭질 대작전 – 전삼혜
곰들의 과학연구기지 ‘베어베어’와 여중생 강민지의 집에서 이원으로 펼쳐지는 유쾌한 소동극. 곰 과학자 테디가 할머니 나초의 기억을 마인드 업로딩해 만든 소프트로봇 나초나초를 인간 과학자 나하진이 잃어버리고 만다. 곰인형의 외피를 쓴 나초나초가 돌고 돌아 오컬트 마니아 강민지의 손에 들어가면서 손에 땀을 쥐는 ‘대환장 파티’가 펼쳐진다. 장르적 재미와 시원시원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 그들의 땅 – 박해울
모든 인류가 스페이스 콜로니와 화성으로 이주한 뒤, 황무지가 된 지구를 지키고 있는 지구자연보호연구소. 꿈과 열정을 품고 연구소에 입사한 젠가는 ‘동물 생포’라는 특별한 임무를 맡게 되는데…. 이를 통해 동경했던 대상의 이면과 지구를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면서 내면의 혼란을 느낀다. 젠가가 의문을 좇으면서 벌어지는 추격전과 서스펜스가 압권이다.
- ♣ 거북과 용과 새 – 듀나
북미 대륙에 공룡이 살아 있다면? 그 공룡이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졌다면? 문명을 이룬 공룡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그린 대체역사물. 복잡다단한 북미사에 공룡-융족의 역사가 더해져 한층 더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화자인 민수련이 조국 고려 공화국에 전하는 서간 형식으로 전개되기에, 인간의 눈으로 바라본 융족의 생활상이 더욱 생생하게 그려진다.
- 저자
듀나
1990년대부터 SF와 영화 관련 글을 쓰고 있다. 단편집으로는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구부전』, 『두 번째 유모』,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픽스업과 장편으로는 『제저벨』, 『아직은 신이 아니야』, 『민트의 세계』,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평형추』,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 논픽션으로는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 『가능한 꿈의 공간들』,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남자 주인공에겐 없다』가 있다.
박문영
소설·만화·일러스트레이션을 다룬다. 자리를 못 잡고 겉도는 것, 기괴하고 무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대상에 관심이 있다. 제1회 큐빅노트 단편소설 공모전을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리면서 놀자』, 『사마귀의 나라』, 『지상의 여자들』, 『3n의 세계』, 『주마등 임종 연구소』, 『세 개의 밤』 등의 책을 냈고, 『봄꽃도 한때』, 『천년만년 살 것 같지?』,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 『한국 SF 명예의 전당』, 『이토록 아름다 운 세상에서』 등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사마귀의 나라」로 제2회 한국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을, 「지상의 여자들」로 제6회 한국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SF와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그룹 ‘sf×f’에서 활동 중이다.
박해울
소설가. 장편소설 「기파」로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앤솔러지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 『책에서 나오다』, 리디북스 우주라이크소설 등에 참여했다. 잘 보이는 것보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을, 큰 것보다 작은 것을 바라보고, 여기에 그런 것들이 있다고 소설로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신주
「한 번 태어나는 사람들」로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 「내 뒤편의 북소리」로 2022년 제2회 문윤성SF어워드 중단편 부분 대상, 2022년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세계괴담모음』에 「그루츠랑의 피아노」를, <이달의 장르소설> 2호와 3호에 「어느 쪽에서 보아도」 및 「난세의 미꾸라지」를 수록했다. 언젠가 드높이 쌓아 올려진 출간 경력을 ‘외 다수의 작품 발표’로 소략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작가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전삼혜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을 주로 쓴다. 『날짜변경선』, 『소년소녀 진화론』,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붉은 실 끝의 아이들』 등을 썼다.
- 차례
박문영 ◈ 누나와 보낸 여름 ♦ 작가의 말
이신주 ◈ 당신 곁의 파피용 ♦ 작가의 말
전삼혜 ◈ 나초나초와 나 홀로 숨바꼭질 대작전 ♦ 작가의 말
박해울 ◈ 그들의 땅 ♦ 작가의 말
듀 나 ◈ 거북과 용과 새 ♦ 작가의 말
- 책 속에서
잠들기 전 나는 머릿속으로 개가 인간을 더는 사랑하지 않게 된 세상을 떠올렸다. 늑대로 하나둘 되돌아간 개들을 상상했다. 죽을 때까지 짝 하나를 사랑하고 늙은이를 버리지 않고 먹을 걸 나누는 늑대들은, 슬플 때 온전히 슬퍼하고 기쁠 때 온전히 기뻐하는 그들은 인간과 닮은 점이 없었다. 내가 만난 인간의 대부분은 늑대의 반대편에 있었다. _「누나와 보낸 여름」
나의 마음의 심지는 세상의 어느 지느러미보다 자유롭고, 어느 비늘보다 찬란한 것이다. 다만 눈동자들이 날 하찮게 여기겠다면 구태여 항변할 까닭은 없다. 그들이 날 우습게 여길수록 오히려 좋은 일이다. 그런 작은 무지가 쌓여 언젠가는 균형을 깨뜨릴 것이다. 내가 자유를 쟁취할 날까지 눈동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있어야 한다. _「당신 곁의 파피용」
그의 손주였던 곰 과학자 테디가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보내던 나초를 기리기로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초의 기억을 전부 마인드 업로딩하는 게 고작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인간이 쥔다’라는 속담에 인간들이 얼마나 충실하게 살아왔는지 재연하는 것뿐이라 해도 말이다. 테디는 덕분에 자신의 엄마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나초의 기억을 통해 볼 수 있었고, 자신에겐 할머니인 나초가 어떻게 할아버지와 사랑에 빠졌는지도 알 수 있었다. 할머니의 로맨스란 손자가 보기엔 꽤 낯간지러운 일이었지만, 아마 인간들은 이 데이터를 살 수 있다면 천금을 주고서라도 베어베어에 쳐들어왔으리라. _「나초나초와 나 홀로 숨바꼭질 대작전」
박사님은 말했어. 내가 만든 유전자 기술로 다시 살아나는 지구를 생각해 보라고. 인류의 잘못을 자연에 사죄하면서 조금씩 빚을 갚고, 과오를 지워 나가는 상상을 하라고. 우리의 손끝에서 뻗어 나가는 섬광을 생각해 보라고. 시간은 일직선으로 흐르고, 우리는 이미 일어난 일을 돌이킬 수 없지만, 기회가 한 번 주어진다면 우리는 그 기회 속에서 기회를 두 번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_「그들의 땅」
아직도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데, 융족은 사람이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사람과 비슷한 모양을 취한 용의 일족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1000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을 사냥해 먹었습니다. 융족이 인간 먹기를 그만두고 인간의 문화와 언어를 받아들이는 이야기는 거북땅 역사의 가장 큰 덩어리를 이루는데, 설마 이것도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_「거북과 용과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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