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부상행> 연상호가 극찬한 차무진의 첫 단편소설집
한국 장르문학의 리리시즘을 선보이며 선 굵은 장편을 발표해온 차무진이 처음으로 단편집을 펴냈다. 2019년, 팬데믹을 예견이라도 하듯 바이러스로 인한 한반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린 『인 더 백』 으로 각종 언론과 독자의 주목을 이끌었던 그가 ‘라이프 앤드 데스 단편집’이란 부제로 여덟 개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말 그대로 모든 작품에 삶과 죽음이라는 테마가 농도 짙게 담겨 있다.
사찰에 유기된 어린 형제 이야기 「그 봄」, 마포대교 연쇄 자살 사건을 다룬 오컬트 추리소설 「마포대교의 노파」, 몰락한 가장이 거머쥔 횡재수 뒤의 비화 「아폴론 저축은행」, 사술사의 희생물이 될 아이를 살리려는 옹기쟁이의 몸부림을 그린 토속적 공포 서사 「상사화당」, 마약떡볶이에 미쳐 돌아가는 중국 진나라 연쇄 살인 사건 「서모라의 밤」, 군대 왕따 괴담과 숙박업소 미스터리에 신라시대 전설을 가미한 「비형도」, 시신을 싣고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벌어지는 기묘하고 아름다운 서사 「이중 선율」, 한국인의 영원한 순수소설인 황순원의 『소나기』기를 좀비물로 오마주한 「피, 소나기」가 그 작품들이다.
미스터리를 바탕에 두고 스릴러, 추리, 판타지,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 작품들은 생사 앞에 선 인간의 내면을 사려 깊게 주시하는 시선인 동시에, 과감함과 맹렬함으로 극한을 달리는 서사이기에 어른을 위한 장르문학으로 손색이 없다.
- 출판사 서평
“이건 정말 절호의 기회다.” (연상호 영화감독)
“애잔하고, 섬찟하고, 뻔뻔스럽고, 독해서 술이 든 초콜릿 같다.” (정세랑 소설가)
“차무진 세계관의 종합 선물 세트를 받은 기분!” (김동식 소설가)
․ 한국 장르문학의 리리시즘을 펼쳐온 차무진의 첫 단편집
․ 삶과 죽음의 경계를 주시하는 서늘하고도 사려 깊은 여덟 개의 시선
․ 한국적 소재와 다양한 장르로 극한의 재미를 선사한다
◈ 핏빛, 흙빛, 잿빛 속에서 일구어낸 서정성
– 단편에서 더욱 맹렬한 차무진 세계관의 총집합
『김유신의 머리일까?』로 데뷔하고 『해인』으로 한국 장르문학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인 더 백』으로 각종 언론의 극찬을 이끌어낸 차무진이 처음으로 단편집을 펴냈다.
그간 발표해온 차무진의 장편이 피 냄새가 진동하고, 늪이나 흙구덩이 독자를 빠뜨리는가 하면, 재투성이 위를 걷는 주인공의 뒷모습을 헛헛하게 바라보게 했던 만큼 단편들에선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혹 장편과는 다른 결과 색깔을 보여줄까? 그렇지 않다. 여덟 편의 단편을 통해서는 되레 더욱 짙은 핏빛, 흙빛, 잿빛을 펼쳐 보인다. 정세랑의 말 “이미 멀리 내달린 이야기를 한 번 더 밀어내는 과감함에 감탄해왔는데, 단편에서 한층 맹렬한 듯하다”는 조금도 틀리지 않는다. 단편집에 실린 어느 작품도 이 감상평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나같이 치열하고도 냉혹하게 전개된다.
다만 그 과감함과 맹렬함이 붉고 검은 빛만은 아니다. 그 위에는 「그 봄」의 계절처럼 봄날의 따스한 햇볕 같기도 하고, 「이중 선율」의 포도맛 사탕 같기도 하며, 「상사화당」 푸른 밤의 서러움이 고여 있고,「피, 소나기」의 도라지꽃 향기 같기도 한 애잔함이 더해진다. 여기에서 애절하고 독특한 서정성이 형성된다. 이 서늘함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특징은 작가의 말대로 그가 “미스터리라는 방식으로 삶과 죽음에 관해 고찰”하기 때문이고, 그 “삶과 죽음 사이에 휴머니티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다
– “애잔하고 섬찟하고 뻔뻔하고 독해서 술이 든 초콜릿 같다”
소설이란 모름지기 인간의 삶을 그리는 창작물이겠지만 작품마다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 문제가 서사의 전면에 드러나는 일은 드물다. 차무진은 어떤 작품에서든 생과 사의 경계에 서서 양쪽을 치열하게 살피는 작가다. 그 시선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독자는 다양한 세계를 진지하고 사려 깊은 가이드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잊지 못할 여행지로 남을 여덟 곳은 다음과 같다.
사찰에 유기돼 주지 손에 양육되는 어린 형제 이야기 「그 봄」, 마포대교에서 연잇는 자살 사건에 유명한 도시괴담을 접목해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킨 미스터리 추리물「마포대교의 노파」, 몰락한 한 집안의 가장이 뜻밖에 거머쥔 횡재수와 충격적인 뒷이야기를 그린 「아폴론 저축은행」, 사술사의 희생물이 될 아이를 살리려는 늙은 옹기쟁이의 몸부림을 그린 「상사화당」, 마약떡볶이에 미쳐 돌아가는 중국 진나라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판타지-SF역사물「서모라의 밤」, 군대 왕따 사건에 숙박업소 미스터리를 더하고 신라시대 전설까지 가미한「비형도」, 시신을 싣고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벌어지는 기묘하고 아름다운 서사 「이중 선율」, 황순원 원전의 서정성에 좀비라는 장르를 입힌 오마주물 「피, 소나기」.
여덟 곳의 여행지는 애절함과 애잔함을 느끼게 하고, 섬찟하고 독하고 맹렬해서 무섭기도 하지만 어느 틈에 아련함과 헛헛함을 덮어쓰고 종국에는 아름답다는 인상을 안겨준다. 이렇게 복합적인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김동식의 말대로 “귀신 이야기는 아무나 쓸 수 있지만 사람의 내면을 깊이 주시하는 글은 아무나 못” 쓰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내면을 깊이 주시하다 보면 결국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와 만날 수밖에 없고, 이것이 이 책의 부제가 ‘라이프 앤드 데스 단편집’이 된 까닭이다.
◈ 다양한 장르와 한국적 소재로 극한의 재미를 선사한다
– 기발한 발상에 미스터리를 더하다
정세랑의 말처럼 이 단편집은 “유쾌함도 비정함도 극한을 달리기에 어른을 위한 장르문학”이다. 어른을 위한다 해서 재미를 외면하진 않는다. 평이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말은 곧 단편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와 결말을 만나 큰 재미를 얻는다는 뜻이다.
서정적인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오컬트적 공포로 바뀌고, 단순 추리물인 알았는데 종국엔 스릴러가 된다.역사-판타지물인 줄로만 알았는데 풍자극이 되고, 아름다운 동화인 줄 알았는데 섬뜩한 좀비물로 뒤바뀌기도 한다. 그만큼 차무진은 이 장르와 저 장르를 자유로이 오간다. 특유의 서정적 문체로 독특한 소재와 다양한 시대를 다루며 기발한 재미를 선사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소재도 시대도 전부 ‘한국적’이라는 것이다. 그 토속적 소재와 시대를 묘사하는 세밀한 고증력도 뛰어나 허구인 줄 알면서도 마치 실화를 읽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굳이 이 단편집의 소설들을 하나의 장르로 묶어야 한다면 그것은 ‘미스터리’다.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풍랑을 표박하는 갈대배”처럼 불안함과 긴장감을 담고 있으며, 독자가 계속해서 소설 속에 들어가 주인공과 함께 그다음을 추리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테마를 치열하게 탐구해 미스터리라는 형식으로 담아낸 여덟 편의 단편을 통해 차무진이 의도한 휴머니티가 분명 독자에게도 전달되리라 믿는다.
- 차례
그 봄
마포대교의 노파
아폴론 저축은행
상사화당
서모라의 밤
비형도
이중 선율
피, 소나기
작가의 말
- 지은이 : 차무진
2010년 장편 『김유신의 머리일까?』로 데뷔했다. 2017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해인』은 미스터리적 색채와 문학적 깊이, 정밀한 역사성이 어우러진 독특한 서브컬처 작품으로 한국 장르문학의 또 다른 영역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다. 이후 2018년 『해인』의 세계관을 확장해 『모크샤, 혹은 아이를 배신한 어미 이야기 1,2 』를 발표했고, 2019년 한반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린 『인 더 백』을 발표하며 각종 언론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현재 『인 더 백』은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 추천의 글
한국적인 시공간을 오가는 차무진의 기묘한 이야기들은 서늘하기도 하고 기발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여덟 가지 창조적 세계를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 무척 닮은 이계를 치열하고도 사려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과정이 담긴 작품들이라고. 단 한 권의 책으로 짧지도 길지도 않은 여덟 곳의 이계를 작가의 사려깊고도 치열한 안내를 받으며 여행할 수 있다. 이건 정말 절호의 기회다.
_연상호 영화감독
이야기를 조련하며 고삐를 잡아매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맨몸으로 자유로이 질주시키는 작가도 있다. 차무진은 분명한 후자다. 이미 멀리 내달린 이야기를 한 번 더 밀어내는 과감함에 감탄해왔는데, 단편에서 한층 맹렬한 듯하다. 여덟 편의 소설은 애잔하고, 섬찟하고, 뻔뻔스럽고, 독해서 술이 든 초콜릿 같다. 익숙한 도시 괴담에 입체적인 생생함을 불어넣거나, 알고 있는 전설을 전혀 다른 장르로 풀어버리며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유쾌함도 비정함도 극한을 달리기에, 어디까지나 어른들을 위한 장르문학이다.
_정세랑 소설가
차무진의 글은 애절하다. 분명 무서운 이야기인데 아련하고 헛헛하다. 또 아름답다. 이런 다양한 감정은 한 가지 사실에서 생긴다. 귀신 이야기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사람의 내면을 깊이 주시하는 글은 아무나 못 쓴다는 것. 장르적 재미를 놓치지 않은 점도 돋보인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기발한 발상이 많다. 그걸 특별한 소재, 여러 시대, 세밀한 고증으로 풀어내 마치 실화를 읽는 느낌을 준다. 게다 유머를 담은 소설까지 보너스로 담겼다. 개인적으로 장편이 아닌 소설집이라 더 좋다. 차무진 세계관의 종합선물 세트를 받은 기분!
_김동식 소설가
- 책 속에서
“네 이눔! 잊히는 것에 매달리지 마라.” 그 말에 시원이는 엉엉 울고 말았다. 그게 아이한테 할 소린가. 매일 밤 엄마를 찾는 동생을 지키는 형한테 할 소린가. (「그 봄」, 27쪽)
산 자는 영적 존재를 모른 척해야 한다, 귀신이 거는 말을 받으면 안 된다, 그러면 귀신에게 복속된다. (「마포대교의 노파」, 114쪽)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돈이 들어와야만 했다. 눈뜨자마자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미래의 돈, 10억이 들어온다는 날이 오늘인 것 같았다. (「아폴론 저축은행」, 164쪽)
너도 크면 알겠지만서도 세상 모든 날에는 기운이 있다. 그게 크고 작을 뿐이지 전부 욕을 부린다. 날이란 그렇다. 날을 쓰는 사람 놈 마음도 그렇지만. 이 깨끼 날도 당연히 그렇다. (「상사화당」, 178쪽)
세상은 다 살아가는 방식이 있는 법. 나라나 조국 따위는 망상이다. 그에게는 정치 의리 따윈 없다. 신봉하는 의리가 있다면 오직 하나뿐, 딸을 잘 먹여 시집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뜨는 해, 진나라로 찾아가서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서모라의 밤」, 234쪽)
마음만 먹으면 누구도 가능합니다. 현실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현실을 재배열할 수 있죠. 무의식이 의식을 넘을 땐 귀신의 영역이나 성불, 점술의 영역도 보입니다. (「비형도」, 304쪽)
밤은 기묘하다. 암흑은 늘 침묵을 부르는데 가끔은 묘한 것을 동반하기도 한다. 노인은 방향도 없고 알맹이도 없는 존재가 주변에 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또 다른 존재, 스산하고 헐벗은 존재가 겨울 공기를 엿가락처럼 늘이며 웅크리는 것도 느꼈다. 차 안에는 묘한 시간의 고독까지 감돌았다. 전부 밤이 가지고 온 것들이었다. (「이중 선율」, 353쪽)
온 세상이 푸르른데 오직 소녀만 잿빛 사진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피, 소나기」, 3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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