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많은 사람에게 ‘커뮤니티매핑’이라는 말은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그렇지만 지리 정보 기술을 활용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온라인상에 직접 지도를 그려내는 이 방법은 코로나19 마스크 지도, 미세먼지 지도, 장애인 교통안전 관련 지도 등과 같이 알고 보면 이미 우리 주변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수십 년간 지리 정보 소프트웨어와 커뮤니티매핑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함께 프로젝트를 이어온 임완수 교수를 출판인 한기호가 만나 커뮤니티매핑의 시작, 현재, 미래에 관해 나눈 인터뷰를 글로 정리해 엮은 것이다. 임 교수는 커뮤니티매핑이 그저 새로운 기술을 매개로 시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세상을 보는 솔직담백한 시각과 다양한 실제 사례에 기초한 두 사람의 대화가 이야기에 진정성을 더하고 논의의 설득력을 높인다.
- 출판사 서평
기획의도
지난해 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났을 때 약국 위치를 온라인 지도 위에 표시하고 약국별로 마스크가 몇 개 남았는지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널리 사용되었다. 올해는 같은 식으로 ‘노쇼 백신’ 정보를 제공하는 앱들이 나와 있다. 지리 정보 시스템을 많은 사람이 잘 활용할 수 있게 했던 ‘매핑’, 즉 지도 그리기의 예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커뮤니티매핑’은 공동체 내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이러한 지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는 일을 말한다.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공동체 지도를 만들어온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장은 커뮤니티매핑이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일깨워주고(awakening), 서로 소통하게 하면서 간과했던 주변 문제를 다시 보게 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 지역과 사회 전체를 바꾸고, 인류의 역사를 갱생하고 보완하는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한다. 집단지성으로 이루어지는 이 시민과학에 대해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인터뷰 형식을 빌려 소개한다.
커뮤니티매핑, 희망의 지도 그리기
기술은 어떻게 ‘사람 중심의 경제’에 기여하는가
허리케인이 몰아쳐 전기와 수도 설비가 피해를 입은 미국의 한 도시. 도로마저 유실되고 쓰러진 나무와 뒤엉킨 전깃줄에 막혀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말 그대로 ‘설상가상’으로 폭설까지 내려 사람들이 난방과 발전을 위해 기름을 파는 주유소를 찾아 나서야 했다. 지난해의 마스크 품귀 현상을 떠올리면 비슷할까. 이때 한 사람이 지역 고등학생들과 함께 기름을 구할 수 있는 주유소들의 위치와 필요한 정보들을 온라인 지도 위에 표시(매핑)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집단지성으로 재난상황을 극복하려는 이 움직임에 주목해 유용성을 인정하고 적극 지원하는 한편, 재난을 이길 수 있게 해준 데 대한 감사를 표한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바로 이 책의 지은이인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장이다.
안전과 아름다움을 지도로 그려내다
이 책에는 여러 커뮤니티매핑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직접 만든 미세먼지 측정기를 들고 지하철 2호선을 따라 돌면서 각 역의 미세먼지 상태를 측정하기도 하고, 내 주변 어디에 심장자동충격기가 있는지 확인해 지도로 갈무리하고, 동네의 횡단보도와 음향신호기가 시각장애인이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노약자와 어려움 없이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피고, 주변 시장과 공장에서 나는 냄새를 측정해 지도 위에 표시한다. 터줏대감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함께 마을을 돌면서 오래되고 사소해 보였던 곳, 지금은 사라진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며 공동체 지도를 새로 그리기도 한다.
마스크 지도나 주유소 지도, 공공화장실 지도 같은 건 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지만 미세먼지나 냄새 지도를 만드는 일 같은 게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지 않느냐는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임완수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여러 사람의 힘을 빌려 모은 자료가 앞으로 문제를 개선할 때 필요한 기초 자료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어떤 주제에 대해 직접 체험을 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매핑 과정에 지역 주민이 참여함으로 그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고, 이것이 이해자들 간의 충돌을 줄이고 문제를 보완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임 교수와 함께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여러 사람의 진심 어린 후기가 이 말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행정 부문과 교육 분야에서 커뮤니티매핑을 활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다는 이야기다.
더 나은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지름길
누군가 “참여와 소통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지역사회와 지역사회가 이어지고, 서로 협력해 선(善)을 이루는 더 나은 사회가 조금씩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개의 사람들은 그를 몽상가라고 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장은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공동체 지도를 만들며 이 말이 사실임을 입증해왔다. 커뮤니티매핑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전에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주변의 것들을 새삼스럽게 돌아볼 수 있고, 거기서 생겨나는 관심과 애착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탓에 우리 모두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을 자신도 모르게 경계하며 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할 테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여러 에피소드는 그러한 온기에 바탕을 두고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작은 도전들에 관한 기록이다.
- 저자 소개
지은이 임완수
2005년 집단지성을 이용한 뉴욕 화장실 온라인 지도를 만들었다. 미국 메해리 의과대학교의 부교수이자 커뮤니티매핑인스티튜트 소장이기도 하며, 한국 커뮤니티매핑센터의 대표이다.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학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도시계획 석사학위를, 럿거스 대학교 도시계획-공공정책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위치 기반의 빅데이터와 집단지성, 시민과학과 시민 참여를 이용한 환경보건 평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범죄 안전, 노인 복지, 장애인, 청년 실업, 초중고 교육 등의 사회 문제를 커뮤니티매핑으로 개선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커뮤니티매핑센터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독립운동 순롓길 커뮤니티매핑’, ‘마곡 지역 냄새매핑’, ‘동작구 안전지도 만들기’ 등이 있다. 커뮤니티매핑은 다양한 잡지나 언론에 소개되었으며, 임완수 박사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4회 출연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거주하고 있으며 한국 커뮤니티매핑센터의 운영을 목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에 방문한다.
지은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자 출판평론가이며, 북바이북과 요다출판사의 발행인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책과 함께 살아온 한기호 소장은 커뮤니티매핑의 개념과 의의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이 대담집의 인터뷰어가 되었다. 지은 책으로 『새로 쓰는 출판 창업』 『책으로 만나는 21세기』『네 편이 되어줄게』 등이 있다. 책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한기호 소장의 생각, 커뮤니티매핑으로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임완수 박사의 믿음과 근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차례
머리말: 한기호
1장 기술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 매핑
1) 알고 보면 이미 널리 이용되는 ‘커뮤니티 매핑’
– 커뮤니티 매핑이란 무엇인가
– 커뮤니티 매핑의 기술적 기반은 무엇인가
2) 소외된 존재에 대한 관심이 커뮤니티 매핑이 되다
– 커뮤니티 매핑은 사회 운동인가
– 불공정한 사회적 경제와 커뮤니티 매핑
3) 미국 정보와 구글이 주목한 커뮤니티 매핑 프로젝트
– 미국과 한국 정부 그리고 구글이 주목하다
– 안전과 아름다움을 지도화하다
2장 위험을 매핑하다
1) 지구 도처에 숨 쉬는 위험들
– 커맵에 불을 지핀 소중한 인연들
– 대형 자연재해 속에서 빛을 발한 커맵 프로젝트
– 지구 환경을 위한 커맵 프로젝트
– 함께하는 시민지도 코로나 마스크 커뮤니티 매핑
– 교육 분야에 힘을 기울이는 커맵
–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업, 커맵
– 시민의 의료권에 기여하는 커맵
– 모든 시민의 건강권에 기여하는 커맵
– 미세먼지를 매핑하다
– 냄새를 매핑하다
3장 아름다움을 매핑하다
1) 시민의 편의를 도모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동참하다
– 내가 사는 지역의 가치에 눈뜨다
– 상가의 수익을 제고하고 소비자의 편의를 매핑하다
– 도시를 재생하다
– 시민의 편의를 도모해 민주주의 발전에 동참하다
– 커뮤니티 매핑도 영리 사업이 될 수 있다
2) 평등에 한 걸음 더 다다가는 지름길, 커뮤니티 매핑
– 지속 가능한 매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시민의 참여
– 커뮤니티 매핑은 사회 모든 곳에 필요한 프로젝트
맺음말: 임완수
- 책 속에서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뉴욕의 화장실(nyrestroom.com)’이라는 웹페이지를 만들었어요. 구글맵이 제공하는 편리한 지도 시스템을 활용해서 모든 사람이 뉴욕 지도에 공중화장실 위치를 표시할 수 있도록 만든 웹페이지였지요. 지도가 완성되는 데에 얼마나 걸렸을까요? 한 달이에요. 뉴욕 시민들이 웹페이지에 찾아와서 자신들이 알고 있는 공중화장실 위치를 일일이 표시해주었거든요. (38쪽)
제가 커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벨 팔로모라는 학생 때문이었어요. … 본인은 원래 뭘 해야 할지도 모른 채 길거리만 방황하는 학생이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존재임을 느끼고, 심지어 새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는 거예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진짜 큰 충격을 받았어요. (62쪽)
매핑을 진행하는 날이 아니었는데도 학생들이 주말에 자발적으로 모여서 동네 공원에서 쓰레기를 청소하고, 이곳을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커맵이 학생들의 이러한 행동 변화에 큰 일조를 한 것이죠. 저는 이러한 사건들 이후로 아이들의 교육 참여와 역량 강화를 중점에 둔 커맵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죠. (66쪽)
배프 지도는 2016년 구글에서 펀딩을 받아서 만든 장애인 편의시설 매핑 프로젝트입니다. 그 앱을 가지고 공덕역 근처에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길을 발달장애인과 같이 만들었습니다. 참 멋있지 않아요? 저는 그 이후로도 많은 발달장애인과 보호자분과 교류를 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삶을 더 알기 위해 여러 교육에도 참여했고요. (124쪽)
이 프로젝트는 악취라는 사회 문제를 다루는 일에 ‘시민참여’를 통해 주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고충을 우선 해결하는 방안으로 접근했습니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지역사회에 대해 시민과 이해관계자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이런 관심이 지역사회와 관련된 계획과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로 이어지게 되더군요. 지역 주민이 지역의 문제에 대해 피동적으로 요구만 하던 민원인에서 스스로 문제해결에 앞장서는 시민 주권자로 변화하는 것이죠. (170쪽)
22살의 대학생이었을 겁니다. 커맵을 완료한 뒤의 소감을 각자 발표 중이었어요. 순서가 흘러 그 친구의 차례가 되었는데,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겁니다. 당황한 채 왜 우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본인은 태어나서 지금껏 이 동네에서만 살았는데, 지금까지도 우리 동네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던 걸 몰랐다는 겁니다. 그동안 학교, 도서관, 마트, 목욕탕 등을 오가며 바라보지 못했던 동네의 아름다운 풍경을 이번 매핑을 계기로 많이 발견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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