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나의 할머니 – 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 여성들의 이야기

할머니, 나의 할머니 – 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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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소개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평범한 여성이 집안의 4대에 걸친 여성사를 훑으며 삶의 뿌리를 짚어보는 에세이다. 어린 시절부터 스토리텔링에 능했던 양가의 할머니들과 어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 으로, 일제강점기 때의 증조모, 결혼 넉 달 만에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유복자를 키운 할머니, “아들 잡아먹은 년”으로 살았던 외할머니, “오빠 잡아먹고 태어난 계집애” 큰이모, 남동생이 태어나고서야 사랑받은 어머니의 삶을 들여다본다. 이 여성들의 삶을 읽는 동안 독자는 자신의 할머니, 어머니, 이모와 고모의 인생을 떠올리게 된다. 동시에 자신의 성씨를 물려줄 수 없었음에도 자녀들을 지키고 뒷받침해온 비범한 어머니들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1. 출판사 서평

한 집안의 100년사를 통해 들여다보는

우리 어머니들의 해방 일지

 

할머니와 어머니는 어디 성씨냐고 묻는 이야기

자신이 누구인지 그 뿌리를 공정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다

 

“어디 성씨냐”는 물음에 대답을 주저하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나라 사람 대개는 아버지에게 성씨를 물려받는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어디 성씨를 사용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게다 할머니와 할머니의 어머니는 어디 성씨냐고 묻는다면? 대개는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버지 성씨를 물려받는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는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성씨를 묻는 일 자체가 드물다.

다만 이 책은 드물게 그런 책이다. 저자 이시문은 천명하듯 밝힌다. 어머니는 연안 이씨, 외할머니는 선산 김씨, 할머니는 삭령 최씨이고 자신은 전주 이가라고. 양친의 족보를 아는 게 중요해서는 아니다. 자신이 누구에게서 났는지 공정하게 생각하고 표현하기 위해서다.

『할머니, 나의 할머니』는 한 평범한 집안의 100년사, 정확히는 여인사의 요약본이다. 스토리텔링에 능했던 양가 할머니와 어머니를 둔 저자는 어려서부터 들어왔던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해 기록하고 궁금한 점은 인터뷰하여 이 책에 담았다. 최은영 소설 『밝은 밤』처럼 이야기의 시작은 일제강점기, 할머니들의 어머니 때로부터 시작된다. 평범한 집안 자녀들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저자의 조상도 순탄치 않은 삶을 산다.

그 가운데 약자 중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여인들의 삶이야 말해 무엇 할까. 저자 이시문 가문의 4대 여인들의 삶은 이렇게 요약된다.

–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갈 위기에서 벗어나는가 했으나 아버지가 정한 혼처로 시집가야 했던 증조모.

– 결혼 네 달 만에 한국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을 키워낸 친할머니.

– 큰아들의 죽음으로 “아들 잡아먹은 년”, “아들 못 낳은 죄인” 되어 살았던 외할머니.

– 많은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오빠 잡아먹고 태어난 계집애”로 성장해야 했던 큰이모.

– 밑으로 남동생이 나고서야 사랑받았던 셋째 딸인 어머니.

그렇다고 해서 어두운 분위기에서만 이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건 아니다. “빗살무늬 토기를 강물에 씻으러 와서 서로 밀린 이야기를 나누듯 구구절절 풀어놓는 이웃집 수다쟁이 아줌마의 집안 이야기” 혹은 마치 친척 언니의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읽히고, 한국 전쟁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야기로 시작해 마지막까지 자손들을 지켰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까지의 이야기 여정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큰 울림을 얻는다.

 

한 집안의 역사를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훑다

어머니들이 심어놓은 솔씨가 소나무 정자가 돼 책으로 태어나기까지

 

누군가는 우리 집안사도 아닌 이 이야기를 왜 읽어야 하는지 의문을 품을 법하다. 그러나 작은 규모를 통해 역사를 파악한다는 취지의 ‘미시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다. 개인 이야기는 많은 경우 한 세대, 한 시대, 한 성별을 대변하기도 한다. 소설 『밝은 밤』이 한 집안의 100년에 걸친 여성사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샀듯, 정지아의 리얼리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부친의 죽음을 시작으로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하나하나 풀어지며 70년 현대사의 질곡을 생생하게 보여주듯, 개인의 이야기는 결국 거시사의 모세혈관이다. 평범한 한 집안의 4대 여인사인『할머니, 나의 할머니』는 두 소설과 달리 픽션이 아닌 다큐이기에 미시사로서의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저자 역시 “역사책에는 건조한 사건과 어쩌면 간단한 논평 정도만 나열될 뿐, 실제로 그 시대를 사는 사람의 인생이 역사적인 개별 사건과 어떻게 물고 물리는지는 알기 어렵다”며 이 책의 취지를 밝혔다.

본문에 할머니에게 집안 어른이 “솔씨 심어 정자를 만들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말이 나온다. 솔씨를 심어 정자를 만들려면 기나긴 세월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말하자면 저자의 할머니가 심어놓은 솔씨가 소나무 정자로 태어난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긋한 솔 향을 맡으며 그 정자의 그늘에 앉아, 내 할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의 고모나 이모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1. 차례

 

1장 나고 자라다: ‘보리쌀 서 말’이 별명인 나의 친할머니 | 산본리 전주 이씨 이 서방을 소개합니다 | | 6·25 동란과 세 과부 | 아빠의 유년 | 서울살이의 시작과 끝 | 엄마와 외가 식구들 하나둘씩 미국으로 떠나다 | 할머니의 못 말리는 바지런 떨기 관찰기 | 따뜻한 국물의 효능 | 우리 집에서 동짓날 팥죽을 먹지 않게 된 사연 | 호박 풀떼기와 돈까스와 배추전과 보리 된장국 | 남의 집 할머니들의 음식 | 우리 집의 자본주의 부적응기 | 미국 식구들의 한국 아지트

 

2장 짝을 찾아 혼인을 하고 이어지는 자손들 이야기: 삭령 최씨 집안과 전주 이씨 집안의 만남 | 최 씨 할아버지가 고르고 고른 사위 | 남의 정신에 살지 말라는 말씀 | 21세기, 전주 이씨 딸과 남원 양씨 아들의 혼인 | 제사보다는 제삿밥 | 몇 달 새로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 7년 후 친할머니를 보내드리기 | 어쩌면 이야기의 시작, 그 여름 어인 광풍

 

  1. 지은이

이시문: ‘극락’이라는 뜻의 경기도 안양에서 나고 자랐다. 삭령 최씨 할머니, 선산 김씨 외할머니, 연안 이씨 엄마에게서 태어나 전주 이가로 살고 있다. 할머니들과 어머니 모두 입담이 좋아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이에 더해 소설, 수필, 만화, 영화 등 온갖 서사를 탐독하며 아동, 청소년기를 지나왔다. 구두로 전해 들은 할머니들의 이야기와 탐독하던 서사의 영향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평범한 한 집안의 100년사가 자신의 성씨를 물려줄 수 없었음에도 온 생을 바쳐 자녀들을 지키고 뒷받침해온 비범한 어머니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라며 썼다.

 

  1. 책 속에서

나의 삶엔 그렇게 여러 할머니가 계셨다. (7쪽)

 

가끔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던 할머니는 밑도 끝도 없이 “들어오지 말지, 왜 들어와서는……” 하고 중얼거릴 때가 있었다. 그 문장의 주어는 당신의 남편이었다. 할아버지가 일본에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할머니랑 부부로 맺어질 일도 없었을 거고, 혼자 아빠를 키우며 살 일도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혼잣말로 하신 거다. (27-28쪽)

 

외삼촌이 태어날 때까지 외할머니는 ‘아들 잡아먹은 년’이었고 큰이모는 ‘오빠 잡아먹고 태어난 계집애’였다. (…) 남동생 보라고 이름도 남자 이름인 나의 엄마는 남동생을 진짜로 봐서 엄마 할머니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67쪽)

 

아들한테 한 숟갈 먹이면서 할머니가 짜주시던 호두 기름 생각이 났고, 나와 내 동생들이 진실로 할머니의 정성으로 자랐다고 생각했다. (100쪽)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집안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고모에게, 당숙모에게 들었다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넉넉히 최근 100년 정도만 잡아도 우리나라에는 사람마다 대하소설을 쓸 만큼의 경험치를 만들어주는 큰 사건이 많이 있었으니까.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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